[칼럼]트럼프의 노벨상과 북한의 화학무기: '한국 패싱'을 깨는 5각 방정식

연구소
2026-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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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록브리지네트워크코리아 외교안보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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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교착에 가려진 5천 톤의 비대칭 폭탄. 미·중·러의 이해관계와 OPCW의 명분을 결합할 때, 대한민국은 패싱(Passing)을 넘어 협상의 판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지 출처: AI 작성)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재회 가능성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외교적 치적과 '노벨평화상'을 열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제재 해제를 대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친 김정은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전격적인 북미 대화의 장이 열릴 수 있다.


이 거대한 합의(deal)의 과정에서 대한민국 정상이 소외되는 이른바 '한국 패싱(Passing)'의 우려가 고조된다. 그러나 기회는 뜻밖의 장소에 있다. 바로 북핵 그림자에 가려져 있던 '북한 화학무기의 폐기'라는 협상카드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500~5,000톤의 화학작용제를 비축한 지구상 최대의 화학무기 보유국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러시아가 가장 많은 화학무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2023년 7월 러시아에 이어 미국이 화학무기 폐기를 완료하면서 자동적으로 북한이 화학무기 최대 보유국이 되었다.


핵무기가 정치적 억제용이라면, 2017년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공항 VX 암살 사건에서 보듯 화학무기는 평시 테러와 국지도발, 전시 수도권 타격에 즉각 투입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치명적인 위협이다. 북한의 화학무기 폐기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 성과를, 북한에는 체제 보장의 명분을, 그리고 대한민국에는 실질적 생존권을 안겨줄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안보 지식 Box] OPCW(화학무기금지기구)와 CWC(화학무기금지조약)
  

  • CWC (Chemical Weapons Convention): 화학무기의 개발·보유·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국제조약
  • OPCW (헤이그 소재): CWC 이행을 검증하는 국제기구로, 2013년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수상함. 

※ 북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화학무기 보유를 인정한 적이 없는 CWC 미가입국임.



중국과 러시아를 판에 끌어들이는 명분과 설득 논리


북한은 스스로 화학무기 보유를 공식 인정한 적이 없으며, 미국의 단독 압박에 굴복해 화학무기를 내놓을 리 만무하다. 결국 중국과 러시아가 판에 나서서 북한을 설득하도록 만드는 정교한 외교 논리가 필수적이다.


중국의 역사적 상흔 (도덕적 우위와 거부감): 중국은 과거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투기한 유기 화학무기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지금도 일본의 자금과 기술로 땅속 화학무기를 발굴·폐기하고 있을 만큼 화학무기에 진저리를 친다. 스스로 화학무기를 개발·보유하지 않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도덕적으로 떳떳하게 폐기를 종용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


러시아의 시리아 후견인 선례: 러시아 역시 CWC에 가입해 공식 폐기를 완성했던 국가다. 또한, 과거 시리아 내전 당시 화학무기 논란이 터졌을 때, 러시아가 후견인으로 나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를 설득하고, 시리아의 화학무기 신고부터 폐기까지 전담 조율했던 역사적 선례가 있다.


국경을 맞댄 북한이 관리조차 어려운 대량의 화학무기를 쥐고 있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국익에도 명백히 위배된다. 이미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에게 "핵을 개발하고 나서 화학무기를 폐기했던 러시아와 미국의 선례를 따르고, 국제적 비난만 사는 전술용 화학무기는 포기하여 정상국가로 인정받으라"고 설득하는 것이 중국과 러시아로서도 명분 있는 설득논리가 될 수 있다.



핵심 주체

외교적 명분 및 역할

실질적 국익 및 성과

트럼프 (미국)

OPCW 경유 비대칭 위협 제거

노벨평화상급 외교적 치적 달성

김정은 (북한)

CWC 가입을 통한 정상국가 용인

경제-안보 교환 없이 테러지원국 해제 명분

중국·러시아

시리아 모델 방식의 설득·후견

접경 지역 비대칭 위협 근본 제거

대한민국

폐기기술·자금·인력 제공

'한국 패싱' 방지 및 수도권 위협 제거



'OPCW 우회'라는 거절할 수 없는 명분의 장치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손을 들고 화학무기를 포기하는 모양새는 평양 정권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여기서 핵심 매개체로 등판해야 하는 것이 바로 국제기구인 OPCW(화학무기금지기구)다.


2013년 시리아 사태 당시 OPCW가 개입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듯, OPCW가 전면에 나선다면 북한은 "미국에 항복한 것"이 아니라 "지구 평화를 위한 국제기구 검증 수용 및 CWC 가입"이라는 명분을 얻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OPCW를 경유한 화학무기 폐기라는 역사적 대업을 이룸으로써 진정한 노벨평화상에 도전할 수 있는 확실한 자격을 얻게 된다.



'한국 패싱'을 깨는 핵심 열쇠: 기술과 전문인력의 주도권


미·북 간 단독 합의가 추진될 때, 대한민국이 단순히 "우리도 자리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판의 주도권을 쥐는 유일한 길은 '폐기 실행의 핵심 자산'을 우리가 쥐는 것이다.


북한의 화학무기는 미 본토용이 아니라 한국과 일본, 주한·주일미군을 겨냥한 전술용이다. 따라서 화학무기 해체에 들어가는 고도의 폐기 기술과 전문인력을 한국이 주도적으로 투입하겠다고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화학무기 폐기는 단순히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정밀한 화학적 폐기 기술이 필요한 고도의 작업이다. 대한민국의 기술과 전문인력이 필수적이라는 구조를 만듦으로써, 대한민국은 미·북 협상 테이블의 단순 참관자가 아닌 '실질적 주도국'으로 지위를 확립할 수 있다.



고차원 외교 방정식을 완성하라


외교는 명분이 아닌 철저한 국익의 산물이다. 북한의 스스로 보유 인정이라는 난제를 풀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명분] + [중·러의 설득] + [OPCW의 중개] + [한국의 기술·전문인력]이 결합된 고차원 방정식을 판에 펼쳐야 한다.


북한 화학무기의 폐기는 수도권을 겨냥한 치명적인 폭탄을 제거하는 일이며, 미·북 대화 구도에서 대한민국이 외교적 주도권을 가져오는 확고한 길이다. 다가오는 동북아 안보 지형의 격랑 속에서, 이 다자간 묘수를 통해 대한민국의 생존권과 전략적 자율성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